히터를 끄고 켜다 인공위성 노화방지

’20대부터 노화는 시작된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자외선’, ‘근력운동으로 노화를 막을 수 있다’, 자주 눈에 띄는 건강정보 기사 제목입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화는 우리 인생 주기의 절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더 젊고 더 오래 남은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수명이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나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고 합니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 인공위성 히터를 끄고 켤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아리랑2호는 아직 돌고 있습니다’ ‘천리안위성1호는 당초 설계수명보다 2년 연장된 9년간… ‘2020년4월1일 기상관측임무 종료시점’ 5년간의 정규임무를 마치는 아리랑5호의 운용기간을 2020년연장…(2018년8월21일 기사)’ 굿바이아리랑2호…당초 운영수명이 3년으로 설계되었지만 2년씩 3회 연장'(2015년10월5일 기사)

우주로 간 위성은 반드시 한 번 이상 임무 연장이 결정되었습니다. 아리랑 2호는 당초 3년에서 3배로 늘어난 총 9년간 임무를 수행해 현재까지 설계 수명 대비 최장수 인공위성이 됐습니다. 위성 개발진을 만나면 한 번씩 들을 이야기가 있어요. ‘아리랑 2호 아직도 잘 돌아다니고 있어요’ 혼자 우주를 배회하는 위성을 잠시 머릿속에 그리고 이내 ‘요즘 뭐하고 있느냐’는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보통은 임무 종료가 선언되면 연구용으로 전환합니다. 원래 임무는 아니지만 남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궤도 수정도 해보고 어렵게 교신이 이뤄진다면 영상 품질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위치 확인은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궤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설계 수명, 임무 수명, 남은 수명… 헷갈리죠? 설계 수명은 정규 임무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인데요. 이 시기가 다가오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기정통부는 각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기술 점검을 벌입니다. 위성 본체·탑재체가 정상 작동하는지, 교신은 잘 되는지, 궤도는 유지하고 있는지, 연료는 남아 있는지, 영상 품질이 좋은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 위원회를 통해 임무 연장이 결정되면 임무 수명이 늘어날 텐데요. 이후 같은 절차를 거쳐 임무 종료가 선언되면 인공위성은 천천히 지구로 추락하거나 더 먼 우주로 보내질 때까지 남은 수명을 살게 됩니다.대부분의 인공위성은 더 이상 궤도 속도를 얻지 못할 정도로 고도가 떨어지면 대기권을 초고속으로 통과해 소멸되는데요. 이 기간이 50~70년 정도 걸립니다. 앞서 임무 기간까지 더하면 인공위성의 총 수명은 인간과 비슷한 샘입니다. 위성 개발 역사가 20여 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에서 지구의 품에 다시 안겼다는 소식을 전한 인공위성은 아직 없었습니다.

전자파 시험을 준비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1호. 우주환경시험 때부터 인공위성은 금박복(다층박막단열재)을 입는다.인공위성의 실제 내구성은 설계수명의 2배 이처럼 우리 위성이 설계수명을 훨씬 넘어 2~3배까지 임무연장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튼하게 해’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인공위성개발국(혹은 개발사)이 수명 연장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부품은 같은 것을 2개씩 넣고 하나가 고장이 나거나 손실되면 다른 하나를 작동시킵니다. 노화의 주범 중 하나라는 우주방사선(Spaceray)을 차단하기 위해 어디에도 그냥 싣지는 않습니다. 특히 전장품이 취약합니다. 반도체 내성 설계는 기본으로 세라믹 등으로 전체를 덮어 버리는 패키징으로 중무장합니다. 우주에 그대로 노출되는 표면은 추가합니다. 위성을 덮고 있는 금박지(다층박막단열재)는 우주선과 태양열을 막아줍니다. 태양 전지 패널도 마모가 심해 설계 면적을 크게 합니다. 열을 뽑아주는 방열판도 오염물질이 쌓여 성능이 줄어들기 때문에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설계합니다.

▶ 인공위성 오염물질을 미리 배출하는 베이크아웃 http://blog. naver.com/karipr/221563762562

즉, 대부분의 위성이 실제 내구성은 설계수명의 2배 이상으로 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워낙 1회 발사·제작 비용이 비싸 실패와 고장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할 것입니다. 덕분에 큰 고장이 아니라면 싣고 간 연료가 떨어져 있지 않으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인공위성의 가장 큰 약점인데요. 단 하나의 ‘능동적’으로 수명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히터입니다. 히터를 어떻게 켤까요?

인공위성 히터는 부품마다 개별 부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히터 패널이 부족할 경우 같은 패널에 위치한 부품은 동시에 열제어가 되도록 히터를 적절히 배치한다. <사진 출처=aascworld.com> 2개의 히터로 극한의 추위를 막는다.기본적으로 인공위성의 열제어는 단열(다층 박막 단열재)을 기본으로 추운 곳에 히터를 켜는 방식으로 합니다. 자동차도 에어컨 가동보다는 히터 연료 소모량이 적잖아요. 기계 자체의 발열은 히트 파이프가 어느 정도 억제해주고 태양열이 강하게 들어올 때는 방열판으로 열을 뽑아줍니다. 이 4개(단열재, 히터, 히트파이프, 방열판)가 인공위성 열제어의 기본입니다. 이 중 오로지 능동적으로 열 제어를 할 수 있는 것이 히터입니다. 지상에서 꺼라 명령을 하는 게 아니에요. 점등하는 온도 범위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C 작동 온도가 -20℃에서 30℃ 사이라면 히터는 -10℃에서 켜지고 0℃가 되면 꺼지는 식입니다. 이 작동 범위는 컴퓨터에 의한 명령으로 지상에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꼭 필요할 때가 있어요.

▶ 인공위성 히트파이프가 궁금하다면 http://blog.naver.com/karipr/221667640030

예를 들어 달 탐사선은 태양-지구-달-위성 순으로 배열되면 위성 내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월식이라고 합니다. 이때 히터 작동 온도 범위를 그대로 두면 지나치게 자주 가동될 것입니다. 전력도 최대한 아껴야 하는데 히터를 많이 켜고 방전되면 우주선이 위험해질 겁니다. 이럴 때는 히터의 작동 온도를 낮게 설정해야 오히려 생존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지궤도에 올라 있는 천리안 위성도 춘분과 추분, 그리고 일식 때 햇빛에 가려집니다. 역시 방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도제어 소프트웨어에 새로운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의 설계 수명이 길수록 정교한 열제어 소프트웨어가 들어갑니다. 내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 것 외에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몇 가지 모드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촬영 품질은 매우 좋지만 태양전지가 노후화돼 전력량이 좋지 않으면 히터 가동 범위를 조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 작동하는 히터가 있는 반면 기계적 스위치도 있습니다. 일정 정도 열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꺼지는 방식입니다. 비록 온도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지만 우주에서의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이 두 히터를 영리하게 사용해 노후 관리가 가능합니다.

한국의 달마도선에도 열제어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기획제작 : 항공우주 Editor 이종원 내용감수 : 위성기술연구부 장병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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